북한: '확성기 방송에 군사훈련도'…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달라지는 것 - BBC News 코리아 (2024)

북한: '확성기 방송에 군사훈련도'…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달라지는 것 - BBC News 코리아 (1)

사진 출처, Getty Images

기사 관련 정보
  • 기자, 이래현
  • 기자, BBC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안을 재가했다. 이로써 9.19 합의는 사실상 무력화 수순을 밟게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크게 위협함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또한 “이미 북한의 사실상 파기 선언에 의해 유명무실화된 ‘9.19 군사합의’가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산물인 9.19 합의의 효력 정지 조치에 따라 그동안 제약 받아온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훈련이 가능해지고, 북한의 어떠한 행위에도 한국이 즉각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으로 국가안보실은 평가했다.

지난달 28일을 시작으로 두 차례나 대남 오물 풍선을 살포한 북한은 최근 며칠 동안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작전을 펴고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비행체를 발사하는 등 도발을 이어갔다.

이에 정부는 “멈추지 않을 시 감내 힘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후 북한은 “국경 너머로 휴지장을 살포하는 행동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며 사태는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오히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결정으로 한국이 ‘강수를 뒀다’는 평가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BBC코리아에 “이미 유명무실했던 9.19 합의가 공식적으로 효력이 정지되면서 ‘강대강’ 대치가 현실이 됐다”며 “당장 오늘 내일 어느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진다고 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무엇이 달라지나?

9.19 합의 효력 정지로 서북도서 지역 해상 완충구역에 대한 군사 훈련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9.19 합의는 해상 적대행위를 금지함과 함께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과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을 해상 완충구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해상 완충구역에서는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해안포와 함포의 포문 폐쇄 조치도 취해진 상태였다.

그동안 해병대는 도서 지역 밖인 경북 포항이나 울진, 경기 파주, 안흥 등지에서 군사 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완충구역 설정 효력이 정지되면서 백령도를 비롯한 서북도서에 주둔하는 부대의 포사격 훈련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군 함정도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함포 사격을 포함한 전술 훈련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육상에서의 군사 훈련 제한도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지됐던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이내에서의 포병 사격 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이 가능해진다.

한국의 공중선 정찰활동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지난 11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하자 곧바로 9.19 합의의 1조 3항 효력을 정지했다.

동서로 248km에 걸친 군사분계선 주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이 지역에서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에 대해 효력을 정지시킴으로써 그동안 막혔던 접경지역 내에서의 공중 감시와 정찰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최 교수는 “사실 한국은 이번 9.19 합의 효력을 표명하기 이전부터 이미 합의가 유명무실해졌음을 염두에 두고 대비 태세를 강화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식 결정된 전면 효력 정지로 공중 정찰 활동은 더욱 활발해져 북한의 여러 군사 작전을 깊이 살필 수 있게 됐다.

  • 연합훈련 하루 연장, 북한 반발… '9.19 군사합의 이미 사문화'

  • 9.19 남북군사합의 3주년… 전문가들 '시간 갈수록 유명무실'

  • 포격 9년이 지난 연평도 주민은 다시 '징후'를 느끼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한 법적 족쇄가 풀렸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가 무력화되면서 대북 심리전 수단인 최전방 확성기 방송이 재개될 수도 있다.

최전방 지역 24곳에 고정적으로 설치되어있던 대북 확성기는 9.19 합의에 따라 철거됐다. 이동식 장비 16대도 인근 부대에 주차되어 있다.

대북 확성기는 1963년 박정희 정부 때 처음 설치됐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천안함 피격, 목함지뢰 사건 등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이 극대화될 때마다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

방송에 등장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선전이나 김씨 일가에 대한 비판이 전방에서 근무하는 인민군들을 동요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대북 확성기에 대해 늘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특히 고정식 대북 확성기는 설치 시 북한군이 바로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9.19 합의에 담긴 지·해·공 작전 수행 절차도 사라져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국의 즉각적인 대응도 가능해진다.

그동안 합의의 1조 4항에 따라 남북 간 충돌 위기 상황에서 두 차례의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 후 군사적 조치를 취해야 했다.

한국과 북한에 같은 절차를 적용함으로써 군사적 신뢰성을 증진하겠다는 취지로 규정된 항목이었으나, 이 또한 무력화됐다.

왜 '폐기' 아닌 '전체 효력 정지'?

북한: '확성기 방송에 군사훈련도'…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달라지는 것 - BBC News 코리아 (3)

사진 출처, NEWS1

한국 정부가 9.19 합의를 ‘폐기’가 아닌 ‘전체 효력 정지’하겠다고 결정한 데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부담 절감의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국제지역학 교수는 BBC코리아에 “북한도 사실상 공식적으로 폐기라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9.19 합의를 준수하지 않은 지는 꽤 오래됐습니다만 그럼에도 그들이 ‘폐기’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는 것은 폐기에 따른 부담을 덜겠다는 건데, 한국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죠. 사실상 북한이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약해진 효력에 대해 한국이 먼저 폐기를 선언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박 교수는 한국이 폐기를 선언하지 않은 것은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돼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설 경우, 합의 내용을 다시금 복원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또한 “합의 폐기에 대한 비난이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시적 효력 중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남북관계가 단기간에 개선될 여지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취한 이번 조치는 사실상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훨씬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명분으로 효력을 정지했지만 결국은 이게 문제 해결의 시작이 아닌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단 겁니다.”

특히 임 교수는 “이 합의를 복원시켜 원상태로 돌려놓아야 하겠다는 남북한 양측의 동기가 필요한 건데, 지금 그러한 동기가 부여될 수 있는 환경이나 조건이 당분간 조성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이번 효력 정지의) 협상 카드로서의 위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9.19 군사합의가 북한의 일방적인 사실상 파기 선언에 따라 이미 유명무실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내린 이번 결정은 “북한과 국제사회에 대북 강경 기조를 보여주는 제스처”라고 말했다.

“최근 상황을 보면 북한의 도발 수위와 형태, 유형은 굉장히 다변화되어 있습니다. 방어하는 자는 공격하는 자에 비해 항상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정부 역시 이렇게 다변화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번 결정을 통해) 정부는 일관된 대북 정책 기조를 북한에 확실히 보여줄 뿐만 아니라 군사 안보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였다는 점을 국민들과 국제사회에 보여준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최 교수는 한국과 북한 사이 이미 크게 벌어진 간극에 대해 현 정부가 “일관된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 외에는 현 상황에서 뾰족한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은 여전히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전했다.

북한: '확성기 방송에 군사훈련도'…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달라지는 것 - BBC News 코리아 (2024)
Top Articles
Latest Posts
Article information

Author: Aron Pacocha

Last Updated:

Views: 5321

Rating: 4.8 / 5 (48 voted)

Reviews: 95% of readers found this page helpful

Author information

Name: Aron Pacocha

Birthday: 1999-08-12

Address: 3808 Moen Corner, Gorczanyport, FL 67364-2074

Phone: +393457723392

Job: Retail Consultant

Hobby: Jewelry making, Cooking, Gaming, Reading, Juggling, Cabaret, Origami

Introduction: My name is Aron Pacocha, I am a happy, tasty, innocent, proud, talented, courageous, magnificent person who loves writing and wants to share my knowledge and understanding with you.